2015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영화상

시놉시스

 한나 아렌트는 1960년대 나치의 악을 언급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전복적인 개념을 고안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개인적 삶은 저명한 독일 철학자이자 나치 협력자였던 마르틴 하이데거와의 사랑으로 결코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근대적 시간이 남겨놓은 아물지 않는 상처들을 경험했고, 그 상처들에 대해 글을 썼던 한나 아렌트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이다.

프로그램 노트
<활동적 삶>은 나치 전범자인 아이히만의 범죄 행위를 ‘악의 평범성’으로 해석하는 한나 아렌트를 중심으로 아렌트의 삶, 생전 인터뷰, 정치철학 이론을 124분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지적인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칼 야스퍼스, 마르틴 하이데거 등과 교환했던 서신, 주디스 버틀러 등의 인터뷰,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전체주의의 기원』등 아렌트의 저서에 대한 인용 등 크게 세 가지의 보이스로 이루어져 있다. <활동적 삶>은 아렌트의 정신을 대략 세 가지 개념의 트라이앵글에 놓는다. 1) 평범한 악: 아렌트가 보기에 아이히만은 지식인임에도 온갖 클리쉐로 가득 차있고, 생각에 깊이가 없고 피상적이어서 지루하고 그래서 시스템이 시키는 일을 무비판적이며 기능적으로 처리하는 인간이었다. 전쟁범죄를 비롯한 악은 평범하고, 법을 하늘처럼 여기는 어찌 보면 순종적이어서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이 저지르는 것. 2) 비판적 사고: 인간은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을 한다는 것은 비판적인 태도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아무 생각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전체주의의, 시스템의) 기계가 될 잠재성을 갖고 있다. 3) 다원주의: 유태인 난민 출신이자 두 번의 세계 대전을 몸소 겪으면서 나온 개념. 유대민족주의, 사회주의, 반유대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개인이 존이구동(存異求同)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공동체, 그것이 바로 아렌트가 말한 세계사랑 공동체이다.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