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외치는 여러 여성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감독의 뒷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폴란드 민주화에 헌신했던 수많은 여성들은 왜 역사에서 사라졌는가? 각본과 공동감독을 맡은 마르타 지도(Marta DZIDO)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1980년대 자유 노조 연대의 여성 활동가들을 추적하여 인터뷰한다. 1981년에 태어난 감독에게 자유 노조 연대는 락스타처럼 인파에 둘러싸여 파업을 주도하고 승리를 축하하는 바웬사의 사진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거기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1980년 그단스크 조선소 파업을 진정한 연대 운동으로 전환시킨 것도, 1981년 계엄령으로 남성 지도부가 일제히 체포된 후 반체제 지하운동을 이끈 것도 모두 여성 운동가들이었다. 이들은 승리를 위해 싸웠으며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파업 결과 만들어진 노사정협의회나, 1989년 자유노조와 공산정부 간 원탁회의에 여자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여성들이 없었다면 폴란드 민주화가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언제나 실무와 지원 사무를 도맡았고, 자리와 권력은 남자들이 차지했다. 혁명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영화의 맨 마지막에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자 영웅들(heroine)이 연대노조운동에서 한 역할과 89년 이후 그녀들의 약력이 소개된다. 폴란드 현대사를 잘 모르더라도 이 영화에서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남자들의 얼굴로 기록되는 민주화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