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카사블랑카의 메디나. 그들의 아파트 안에서 여성들은 요리와 청소를 하고, 가족들을 보살피고,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밀가루 반죽과 빨래비누를 손에 든 채 갖가지 집안일을 하면서, 시장이나 목욕탕 어디에서든지 가끔 웃음을 터뜨리고 눈물도 흘리면서 이 용감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삶에 대해 자기 연민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역할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 노트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카사블랑카>의 분위기 있는 카페도, 이국적이고 화려한 모로코의 궁전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구 시가지의 좁은 골목과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서민 여성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을 새벽같이 일어나 물 긷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가족들 뒷바라지하는 일에 바쳐온 그녀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손빨래를 대신할 중고 세탁기라도 하나 가지는 것이다. 서로 소금이나 후추를 빌려 쓰는 이웃 사촌인 그녀들은 장을 보며, 목욕을 하며, 또 함께 TV를 보거나 식사를 하며 둘러앉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는 꼭 고국인 모로코에서 낳겠다며 만삭의 몸을 이끌었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엉나드르 감독의 카메라는 늘 모로코의 여성들에게 향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직접 카메라를 들고 대상들과 가까워진 감독의 진심 어린 애정과 따뜻한 시선은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여성들의 권리는 당연히 남성들의 권리와 연결된 문제이며, 여권운동 시위에서 혹시 자신들처럼 못 배운 여자들의 얘기를 빠뜨릴까 봐 참석한다는 그녀들. 지식으로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여성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하는 그녀들이 바로 여권운동의 실천자들이며, 진실은 삶에 담겨 있다는 간단하지만 쉽게 잊혀지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작품. [최선희]